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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먹고는 못 산다"…비상 걸린 밥솥 회사의 '파격' 통했다 [원종환의 中企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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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화가 가른 전기밥솥 업계 1, 2위 실적
제품군 늘려 덩치 키운 쿠쿠
줄어드는 쌀 소비에 살 빠진 쿠첸



전기밥솥 업계 1, 2위 쿠쿠와 쿠첸의 서로 다른 행보에 의한 실적 희비가 뚜렷해지고 있다.

쿠쿠는 로봇청소기와 냉동고 등 제품군을 넓히는 데 이어 뷰티 산업에 진출하는 등 종합 가전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반면 쿠첸은 올해 들어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기존 밥솥 산업에 주력하며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밥솥 기업'은 옛말…변신 성공한 쿠쿠
12일 쿠쿠그룹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밥솥을 제외한 가전제품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에 이어 68%를 기록했다. 2021년보다 7%포인트 오른 수치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의 70%를 점유했지만, 쌀 소비가 꾸준히 줄어 전체 시장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2019년 60㎏선이 깨진 59.2%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55.8㎏까지 떨어졌다. 밥솥 생산을 전담하는 쿠쿠전자의 올 상반기 매출도 3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배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쿠쿠그룹은 종합 가전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회사 구조를 재편했다. 쿠쿠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로 구축한 뒤 2017년 렌털사업에 주력하는 쿠쿠홈시스를 설립했다. 이어 밥솥 등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쿠쿠전자를 물적분할했다.

이후 2020년 무선 청소기와 음식물처리기를 처음 공개하며 제품군을 적극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냉동고, 김치냉장고 등 대기업이 주로 생산해 온 대형가전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올해에는 고양이 화장실, 피부 미용기기, 푸드테크 로봇 등의 제품을 공개했다.



지난 5일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도 4년 만에 복귀해 제품군을 50개 선보이기도 했다. 2021년(21개)보다 두배를 웃돌았다.

렌털 시장에서도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쿠쿠홈시스는 지난해 1조 57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처음으로 1조원대 실적을 냈다. 쿠쿠그룹의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9956억원, 1322억원이다. 지난해보다 각각 10.9%, 19.8% 늘어난 수치다.
'밥솥 외길' 고수하는 쿠첸
반면 쿠첸의 올 상반기 매출은 78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8% 줄었다. 영업이익은 1억원을 기록해 흑자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쿠첸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이어진 고물가와 불경기의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한 측면이 있다”며 “회사 역량을 집대성한 신제품 ‘123 밥솥’을 중심으로 하반기 매출을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쿠첸의 매출의 약 75%를 차지하는 밥솥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지난 7월 공개한 123 밥솥은 초고압으로 밥솥의 온도를 123도까지 올릴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 밥솥보다 보리, 현미, 서리태 등 여러 잡곡을 최대 42% 부드럽게 익히는 게 특징이다. 박재순 쿠첸 대표는 지난달 팔 년 만에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 밥솥을 “쿠첸의 성장을 이끌 혁신 제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러 소비층을 고려한 기능성 밥솥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적외선 센서를 부착해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밥솥 ‘IR 미작’을 출시한 게 예다. 지난 8일에는 표정을 통해 상태를 알려주는 밥솥을 공개했다.

밥솥을 만드는 설비도 한층 강화했다. 지난 4월에는 충남 천안의 생산라인에 팰리타이징(적재) 로봇을 도입했다. 향후 자동화 설비를 추가해 포장과 물류를 원스톱으로 통제하는 스마트공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앞서 쿠첸은 2022년 북미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중국에도 법인을 세웠다. 이외에 음식물처리기와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등으로 제품군을 늘려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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